옥수수 알을 디딜방아에 살짝 찧는다. 수수와 옥수수는 '능군다'고 하는데, 껍질을 벗기고 키에 넣고 까불러 놓는다. 능군 옥수수에 강낭콩과 팥을 넣고 삶는다. 삶으면서 간은 소금으로 하고, 완성되기 전에 꿀도 넣는다.
2. <무선>
식재료 무, 고추장, 고춧잎, 무장아찌, 참기름, 통깨, 갖은 양념
고추장에 박았던 무장아찌와 데친 고추 잎을 참기름과 통깨로 무쳐둔다. 무를 쪄서 참기름, 통깨 갖은 양념으로 무친다. 어르신들 드시기 좋게 만든 음식이다. 무를 꺼내 조물조물 씻어 같이 무쳐 칼집을 내고, 그 안에 채 썬 무장아찌와 고추잎을 번갈아 넣는다. 먹을 때는 함께 채를 썰어 섞어서 무쳐 먹는다.
3. <채나물>
식재료 콩나물, 메밀묵, 고사리, 시금치, 김장김치, 말린 가지 오가리
콩나물국에 메밀묵, 고사리, 시금치를 넣어 만든다. 어린 김장김치를 넣기도 하고 고사리 대신 말린 가지 오가리를 넣기도 해 철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떡을 먹을 때 목이 메니, 목을 축이느라 함께 먹는다. 콩나물국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데, 원래는 무채를 넣어 시원하게 맛을 내기도 했다. 함지 아래 무채, 고사리, 시금치 같은 나물들을 놓고 소적 판을 위에 얹어 사돈댁으로 옮겨간 뒤, 함께 무쳐서 상에 올렸다.
4. <판례떡>
식재료 밤, 팥, 강낭콩, 쌀가루, 참기름
'판례'라는 말은 성인이 되어 한 사함 일꾼 몫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알리는 일꾼들의 성인식이다. 밤, 팥, 강낭콩을 계절에 맞게 소로 넣어 빚는다. 쑥, 치자, 해당화로 삼색을 내었다. 보통의 송편보다 훨씬 크다. 큼직하게 만든 것은 한 끼 식사에 맞춤하게 하기 위해서다. 한 사람에 판례떡 세 개를 한 꼬지에 꿰어서 나눠준다. 대신 선군이나 자리에 함께한 종가의 종손 어르신께는 꿰지 않고 그릇에 얌전하게 담고 술을 곁들여 드렸다. 세 가지 색은 '즐겁다', '축하한다'는 뜻이다.
5. <웃기떡>
식재료 치자, 맨드라미
치자와 맨드라미 물을 들인 색색 편의 위에 얹었다고 해서 웃기떡이다. 위에 덮는다는 뜻의 ‘윗개’가 변한 것이었을까, 어림잡아 본다. 색을 나누고 잘 모아서 동그랗게 환을 만든 뒤, 납작하게 눌러 여러 모양을 낸다. 지금은 태극 모양의 두세 가지 색만으로도 그럴듯한데, 옛 할머니들은 12가지까지 색을 내기도 했다.
6. <송이느리미>
식재료 송이, 절인 배추, 대파, 소고기
송이와 절인 배추, 대파, 소고기 등을 꼬치에 끼워, 기름에 지진 뒤, 간장 양념으로 졸인 음식이다. '느리게 만들고 먹는다' 하여, 느리미이다. 붉은 고추가 들어가는데, 제사에는 올리지 않는다. 축하할 때는 색을 맞추느라 화려하게 색을 부린 것이다. 예전 선비들 상차림에는 고춧가루가 들지 않았다고 한다. 고춧가루가 든 음식은 농사일 바라지 음식이다.
7. <영계삼계채>
식재료 영계, 오이, 인삼, 홍고추, 풋고추, 참기름, 깨
영계길경탕에서 국물을 내고 건진 닭의 살을 손으로 찢어 놓는다. 오이와 인삼을 채로 만들어 넣고 참기름, 홍고추, 풋고추, 깨를 넣고 무친다. 통 인삼 두 개로 장식을 마무리한다.
8. <송죽두견주>
식재료 솔잎, 댓잎, 진달래꽃, 국화
종택 주변 작은 숲을 300년 동안 대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루며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그 숲 비탈에 봄이면 피어나는 진달래까지, 송죽두견주는 우리할머니들이 집 곁에서 나는 것들로 지어냈다. ‘로컬푸드’답게, 종택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어낸 술이다. 맑게 청주로 뜬 것은 제주로 쓰고, 탁한 것은 농주로 쓴다. 술 항아리에 술이 숙성되기 전에 솔잎, 댓잎을 넣었고, 봄이면 진달래꽃 가을에는 국화를 함께 넣어 숙성시켰다.
9. <영계길경탕>
식재료 도라지, 영계, 인삼, 대추, 감자, 호박, 수제비
길경은 도라지다. 봄에 깐 병아리가 초여름이면 영계가 된다. 알맞게 자란 영계를 잡고, 한창 맛이 오른 도라지를 인삼과 대추와 함께 넣어 끓인다. 이어 감자와 호박을 넣고, 그 국물에 수제비를 띄운다. 국수를 말아 육수로 쓰기도 한다.
10. <두부찜>
식재료 두부
예부터 잔치준비에 두부와 묵 만들기는 빠지지 않는 큰일이었다. 서지 조진사댁에서는 직접 농사지은 콩과 동해 바닷물 간수로 담백한 두부를 만들었다.
11. <송이국>
식재료 송이버섯, 박고지
추석 무렵 강원도 지역에는 진지상에 송이밥이 많이 올랐다. 송이가 어울리는 박이 연할 때 함께 국을 끓여 먹었다. 박고지와 양지머리 국물에 애탕 끓이듯이 걸쭉하게 끓여낸다.
종가는 한국 문화의 정수이며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이다. 종가 음식은 한식 문화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종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한 음식만이 아닌 우리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올바른 한식세계화이기 때문이다. 종가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