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생활 풍습
특히 구황 시에는 적은 양으로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분량을 늘인 죽 종류의 음식이 유행했는데, 이 죽은 평상시에는 소화되기 쉽고 영양을 보강하기도 쉬워 영양식으로 개발되기도 하였다. 죽에 넣던 나무로가 푸성귀는 계절에 따른 채소의 향긋한 맛을 내는 시절음식으로 발달되기도 하였다.
소나무의 꽃가루로 만드는 송화병이나 송화주, 토란으로 만든 토란국, 도토리를 이용한 도토리묵, 도토리떡, 감자를 갈아 만드는 전,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비지로 만든 비지찌개는 시절음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별식과 향토식으로 발전되기도 하였다. 마·메·백합은 구이나 찜, 조림으로써 부식물이 되기도 하였고, 고사리·도라지 등은 떡, 전으로 조리되기도 하였다.
대보름 날에는 찬에 ‘묵나물’을 무쳐놓는 풍속이 있다. 박나물·버섯·콩나물·순무·무우·시래기·외꼭지·가지 등을 마렬 두었다가 나물로 무쳐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게 된다 하였다. 또, 김을 굽거나 배춧잎을 삶아서 밥을 싸서 먹는데, 이것을 복과라고 하며, 지금까지도 이 풍속은 전해지고 있다.
♣ 구황촬요(굶주림과 질병을 이겨낸 조상의 지혜)
이 책에는 구황 식물들과 약초들이 소개되어 있고 효능이 적혀 있어서 의학이나 약학의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구황보유방’에는 솔잎, 메밀, 칡뿌리, 밤, 토란, 밀, 살구씨, 복령, 콩, 청량미, 무우씨, 삼씨, 찹쌀, 천문동, 백복령, 고욤, 들깨, 개나리, 참깨, 대추, 오도, 무릇 등으로 구황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 구황 방법
• 메밀 줄기와 콩잎과 콩깍지를 가루 만들어 곡식 가루에 섞어 버무리를 만들어 쪄서 먹으라. 가장 좋다. 이것들이 없거든 곡식 뿌리를 가늘게 가루 만들어 버무리를 하여 먹으면 역시 붓지 아니한다(p. 97).
• 그 나머지 민간에서 가난한 해를 구하는 것들은 자연히 다 있으니, 함경도의 서투리 나물과 강원도의 속새 가루와 바닷가의 바다나물 같은 것들은 다 자연히 서로 전하여 아는 것이므로 여기 다 올리지 아니한다(p. 100).
• 옛 방에는 처음에 찧어 조각을 만들어 말려서 또 가루를 만드니, 이는 더디고 맛도 좋지 아니하고 느릅 즙으로 죽을 쑤면 그 맛이 아주 좋지 않지만, 이 법은 맛이 좋다.
• 도라지를 깨끗이 씻어 무르게 삶아 자루에 넣고, 물에 담가 짓밟아 쓴 맛이 다 나가게 하고 짓개어 밥에 섞어 먹으라. 곡식 없이 그것만 먹어도 좋다.
• 이월 이후에는 밭나물이나 산나물이나 상수리 나무의 열매나 송피나 팽나무잎이나 느티나무 잎이나 쑥잎이나 다 가히 굶주리는 것을 구완할 것이니, 백성이 다 스스로 알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곡식가루를 섞어 먹어야 살고 곡식 가루 없이 나물만 먹으면 살지 못하니, 부디 곡식 있을 때에 미리 알맞게 아껴 쓰고 다른 것을 섞어 먹어서 보리 나기 전에 곡식이 다 없게 아니 하여야 한다.
•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여 내장을 부드럽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하니 죽 쑤어 먹으라. 채 서산이 글 읽을 때에 냉이를 먹고 요기하였다.
• 각조산 절의 한 중이 토란 심기를 힘껏 하여, 해마다 많이 거두어 진흙같이 찧어 벽처럼 만들어 쌓아 담을 만드니, 사람들이 무슨 뜻인 줄 모르더니, 흉황한 해를 만나 굶주려 죽는 사람이 길에 가득하되 이 절의 사십여 중이 그 토란을 먹고 살아나니 모두 그제야 기이히 여기었다 한다.
• 천문동 뿌리를 익게 쪄서 껍질과 심은 없애고 먹으면 배고프지 아니할 것이다. 개나리 뿌리를 찌거나 삶거나 하여 먹으면 사람에게 유익하고 양식을 대신할 것이다.
• 연뿌리를 쪄서 먹으면 좋다. 연밥을 껍질과 심을 없애고 가루를 만들어 밀이나 꿀에 환을 지어 하루 서른 낱씩 먹으면 배고프지 아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