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읍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국일식당은 벌교에서도 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한식당 중 하나다. 1952년 故 조정자 씨가 창업해 며느리 하옥심 씨와 직원들이 삭당 한편에 모여 앉아 꼬막을 까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꼬막은 조개와 달리 싱싱한 것도 입을 벌리고 있지 않아 까는 요령이 필요한데, 삶은 통꼬막은 꽁무니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끼워 비틀면 껍데기가 엇갈리면서 쉽게 열린다...
...“꼬막을 까먹는 모습을 보면 지역손님인지 외지 손님인지를 단박에 알수 있지. 아마 우리 직원들도 알 수 있을거야.” 하옥심 씨가 쳐다보지도 않고 연신 꼬막을 까면서 한마디 한다...
* 한식진흥원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中
♣ 남도의 맛을 찾아서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살랑거리는 바람 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도 싶은 가을.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문학기행 1번지 벌교에서 1952년 이래로 65년 동안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꼬막정식 전문 “국일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식당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오래 된 2층 목조건물에 있었다. 지금은 찻집, 소극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보성여관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입구에서 집안으로 난 통로를 중심으로 우측에는 조리실이, 좌측에는 식사 공간이 있으며 퇴색한 목재에서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현 건물에서 45년째 영업 중이신 사장님은 바빠 보이셨지만, 음식의 맛을 내는 핵심 장에 대해 소개를 요청하자 흔쾌히 대답 해 주셨다. 조리에 필요한 장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준비하기 때문에 오래 저장해 두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오래되어 숙성 된 장맛도 좋지만, 신선한 재료로 정성들여 조리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랑받는 식당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꼬막은 참 꼬막, 새 꼬막, 피 꼬막 세 종류로 나뉘는데, 순천만의 부드럽고 미세하며 찰진 갯벌에서 자란 벌교 참 꼬막은 임금님의 수랏상에도 진상하였다. 가을이 끝나고 11월부터 이듬해 초봄까지가 꼬막의 맛이 가장 좋은 시기이다. 꼬막에는 풍부한 단백질과 헤모글로빈, 칼슘과 철분 등이 들어있으며 빈혈예방과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유명하다.
한상 가득 채워진 상차림을 보면 반찬 가짓수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꼬막 알갱이가 들어간 노릇노릇한 꼬막 전, 구워놓은 양태, 코끝이 싸해지는 홍어, 일일이 까먹는 수고를 덜기위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여 먹는 삶은 꼬막 등 다양한 꼬막 요리가 나왔다. 흰밥을 비벼먹어야 제격인 새콤달콤한 꼬막 무침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우리 입맛에 맞는 전통 한식은 어릴 적에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그 음식 맛의 향수도 있거니와 맥이 끊어지지 않고 대대로 전수되어온 비법 때문에 더욱 더 의미가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이처럼 오래된 한식당은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ID | |
P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