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내 못먹고 만 국수
한 늙은 중이 자기 손으로 산골에 뙈기밭을 일쿠고 얼마간의 메밀을 심었다. 어느새 여섯잎이나 자라자 늙은 중은 흐뭇하여 《올해에는 국수를 실컷 먹게 되겠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제자중이 한마디 하였다. 《스님입안에 넣어야 잡순것입니다.》
메밀을 거두어 마당질을 하게 되자 늙은 중은 《국수 먹을 때가 다 되였구나. 메밀국수는 먹어놓은거다.》 라고 하자 제자중이 또 참견을 하였다. 《스님입안에 넣어야 잡순것입니다.》 메밀을 찧어 국수를 눌러 큰 그릇에 담아놓자 구수한 냄새에 닭알침이 목구멍으로 절로 넘어갔다.
《국수를 눌러놓았는데 아직도 배불리 못먹는단 말이냐?》 제자중이 옆에서 종알거렸다. 《스님의 입안에 넣어야 잡순것이라는데두요.》 늙은 중은 그만 화가 불끈 나서 소리쳤다.
《국수그릇이 내앞에 놓였으니 당장 배불리 먹게 되였다. 그런데도 입안에 넣어야 먹은것이라니 세상에 요런 방정맞는 소리가 어데 있단말이냐.》 늙은 중은 제자중을 때리려고 후닥닥 일어나며 지팽이를 휘둘렀다.
그 서슬에 국수그릇이 지팽이에 맞아 땅바닥에 엎어졌다. 제자중은 걸음아 날 살려라고 달아빼며 소리쳤다. 《스님, 내가 입안에 넣어야 잡순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내 말이 틀렸습니까?》
여러 중들이 손벽을 치며 깔깔 웃어댔다. 속담에 《스님의 입안에 넣어야 먹은것》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것이다.
♣ 어리석은 남편의 안해두둔
어느한 시골 늙은이가 어리석은 사위를 맞았다. 하루는 늙은이가 딸에게 떡을 만들어먹자고 하였다. 딸은 아버지의 그릇에는 떡 다섯개를 담고 남의 그릇에는 일곱개를 담아들여갔다.
떡을 본 남편이 반색을 하며 《그 떡 참 먹음직럽다. 내 떡이 많은지 아버님 떡이 많은지 한번 세여볼가?》하며 떡그릇을 들고 세여보았다. 《아버님 떡은 다섯개고 내 떡은 일곱개군.》 딸은 속으로 몹시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였다.
밤에 딸은 낮은 소리로 남편을 나무람하였다. 《제가 랑군이 중해 떡을 더 놓아주기는 했지만 어째 그걸 밝혀 부모님앞에서 망신시킨단 말이요?》 《임자 말이 정말 옳네. 내가 래일 임자를 위해 말해주지.》
이튿날 날이 밝자바람으로 사위는 장인의 방으로 들어가 밑도 끝도 없이 불쑥 《어제 제가 먹은 떡은 분명 다섯개였습니다.》라고 하였다.
♣ 국수를 훔쳐먹던 신랑
어리석은 한 신랑이 있었는데 그는 먹성이 여간 아니였다. 잔치 다음날이였다. 처가집에서 신랑에게 국수를 차려주었다. 국수라는것이 어떤것인지 몰랐던 신랑은 당황하여 두리번거리며 이것저것에 저가락을 대면서도 끝내 국수에는 저가락을 대지 못하였다.
밤에 신랑은 신부에게 물었다. 《국수라는게 어떤 물건이요?》 신부가 생긋이 웃으며 《당신은 지금껏 그걸 맛보지 못했나요?》하고 물었다. 신랑은 국수를 못먹은 아쉬움이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부엌에 아직 국수가 남아있지 않을가?》
《래일 아침 당신에게 대접하려고 버들광주리에 무둑히 담아 부엌시렁우에 얹어두었어요.》 그 말을 들은 신랑은 변소에 간다고 핑게를 대고 부엌간에 들어가 시렁우를 손더듬하여 국수광주리를 찾다가 그만 실수하여 광주리를 부엌바닥에 떨구었다.
쿵! 하고 광주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으나 신랑은 달아나지 않고 손더듬으로 흩어진 국수를 줏는 족족 입에 넣고 먹었다. 주인령감은 도적이 들었다고 여기고 빨리 일어나 등잔을 켜라고 소리를 질렀다.
신부는 신랑이 부엌에 내려갔다가 들킨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등잔을 켜지 않고 《잠에 취해서인지 입바람이 세지 못하여 불을 일쿨수 없어요. 제가 도적을 잡고있겠으니 아버지가 불을 붙이세요.》라고 하였다.
아버지가 불 켜려 간 사이에 신부는 신랑을 마구간쪽으로 밀어보냈다. 때마침 개가 앞에 와서 꼬리를 살살 저었다. 신부는 개의 목을 그러안고 《아버님, 도적이 든게 아니라 개야요.》라고 하였다. 등잔불을 켜들고 온 아버지가 이상하다고 머리를 기웃거렸다.
《아까 내가 붙잡았을 때에는 틀림없는 사람이였는데 그동안에 개로 변했나?》 마구간에 숨어있던 신랑이 그 광경을 보고 그만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쳤다. 신부도 맞받아 웃으며 《소도 웃네.》라고 하자 아버지는 《그래그래.》하며 방안으로 들어가버렸다.
♣ 잔치집에 간 림제
림제는 호협한 선비이다. 젊었을적에 친구와 함께 한 골목을 지나가는데 어떤 재상집에서 연회를 성대하게 베풀고 손님들을 대접하는것이였다. 그러나 림제는 그 주인과는 평소에 풋낯도 없었다. 림제는 그 친구에게 엉뚱하게도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 집주인과 옛날에 교분이 매우 두터웠는데 그저 지나갈수 없으니 그대도 나를 따라 이 연회에 참석하겠나?》 《그러세.》 《그러면 자네는 대문밖에서 좀 기다리게. 내가 먼저 들어가 부를터이니.》
이리하여 친구는 대문밖에 서있고 림제는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고는 말석에 앉아 말없이 있었다. 술이 서너순배 돌았을 때 어떤 손님이 주인에게 귀속말로 물었다. 《저 사람이 주인의 친구입니까?》
《아닐세.》 이렇게 대답한 주인은 또한 여러 손님들에게 조용조용 물었다. 《저이가 손님의 친구입니까?》 《아니오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알아보고는 별사람도 다 있다는듯이 주인과 손님들이 서로 쳐다보며 코웃음쳤다. 림제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나만 보고 웃는구려. 나만 보고 이렇게 웃을것도 못되오이다. 나보다 더 우스운 사람이 있소이다. 저기 대문밖에 오래도록 서서 입만 쳐다보며 행여나 먹게 될가 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것을 공들은 모르시는구려.》
이 말에 주객이 모두 한바탕 웃었으며 벌써 호걸스러운 선비임을 알고 곧 대문밖에 서있는 손님을 불러 밤이 새도록 즐겁게 놀았다. 문밖에 있던 친구는 림제가 정말 주인과 친분이 있는줄로만 알았지 제자신이 팔리운줄은 종시 깨닫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