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향민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인생레시피
경기북부 지역에는 이북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많이 정착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북에 고향을 두고 전쟁을 피해 피란 온 실향민과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북한이 탈주민까지 분단의 세월로 많은 이들이 고향땅이 아닌 경기북부에 터를 잡고 새로운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삶은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경기도의 역사이고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이미 고령에 접어든 실향민의 사라져가는 기억과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일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통일 세대를 위하여 서로 간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올해 경기문화재단 북부문화사업단에서는 경기북부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의 구술생애사를 기록하고 삶의 이야기가 담긴 이북음식을 재현하고 나누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실향민 1세대이신 황해도 연백군 출신 주명식 할아버님을 시작으로 실향민 2세대, 그리고 북한이탈주민까지 여덟 분을 만났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에 시작하여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11월에 경기도 동두천, 의정부, 파주, 포천, 연천에서 여덟 분의 추억이 담긴 이북음식 인생레시피를 함께 나누는 공유밥상 프로그램을 8회 운영하였습니다.
초가집에 많이 열렸던 재료인 호박으로 만들었다던 황해도식 호박만두부터 함경도식 찹쌀순대, 속도전떡, 두부밥, 귀리송편, 옥수수국수, 되탕, 어죽까지 이야기와 함께 따뜻하고 훈훈한 밥상을 나누었습니다.
실향민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인생레시피는 비록 유명 맛집의 세련되고 달콤한 맛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깊고 멋들어진 맛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습니다. 구술로 듣는 삶의 이야기와 이북음식 인생레시피를 소복하게 담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음 통일세대를 위하여 역사적 맥락에서 사라져가는 지금의 기억을 충실히 기록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공유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 발을 내딛은 이 시도가 많은 분들에게 실향민들의 삶이 재조명되어 공감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책자를 통해서 실향민들의 삶을 교감하고 이북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