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깊은 산골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많은 나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상북면은 고헌산,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 등 높은 산들이 둘러싼 산촌이다. 이 높고 깊은 산에서는 다양한 산나물이 자란다.
산나물은 울산 사람들만이 아는 숨겨진 보물인 셈 이다. 예를 들면 심종태 바위가 있는 상북면의 주게더미에는 산호자가 많이 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주게더미를 찾아 산호자를 뜯을 수 있다. 5월 말경 산호자를 뜯어서 말린 후 겨울에 먹는다.
삶은 후에 맴젓에 싸 먹거나 나물로 무친다. 이처럼 울산 사람들은 산나물을 다양한 먹을거리로 활용했다. 고기 맛을 능가하는 먹을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집안의 살림에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 나물들을 캐서 시장에 내다 괄았다.
예로부터 언양의 시장에서는 고헌산 고사리와 간월산 반달비 . 곤달비와 신불산 도라지 . 더덕, 가지산 버섯종류, 인근 야산의 산나물, 채소등이 활발하게 거래되었다.156) 울산의 나물 이야기는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았다.
대신 평생 나물을 뜯으며 살아온 분들의 구술을 들어보고자 했다. 오랫동안 상북면에 거주하며 나물 박사라고 불리는 길천리의 김외식(여, 83세), 양등리의 염용식(여, 69세), 산전리의 최귀엽(여, 69세)에게 나물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157)
♣ 양반 나물 꼬치미, 상놈 나물 고사리
고사리는 한국의 대표 나물이다. 제사, 명절 등에 빠지지 않고 먹는다. 울산에는 ‘양반 나물 꼬치미, 상놈 나물 고사리’라는 말이 있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언양읍 반송에서는 제사상에 고사리를 올리지 않는다. 이유는 고사리가 삼 일 만에 피기 때문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이다. 여기에서는 ‘피다’에 주목해야 한다. 자손들이 고사리처럼 바람을 핀다는 이유이다. 언어 유희에 가까운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깨치미는 인기가 꽤 높다. 봄이 되면 깨치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가 깨치미를 뜯었다는 소문이 나면 여기 저기서 전화가 빗발치기도 한다.
“올해는 깨치미 세 단은 꼭 빼놔 줘.”
이처럼 인기가 폭발하는 깨치미는 고비의 울산말이다.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지만 생김새가 고사리와 비슷하다. 고사리와 깨치미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기 어렵다. 깨치미는 고사리보다 더 굵고 꽃이 더 크다. 두 나물의 확실한 차이는 몸값이다.
깨치미의 몸값은 상당하다. 고사리보다 배로 비싸다. 깨치미 한 묶음은 삼만 원, 고사리는 만 오천 원에 거래된다. 깨치미가 많이 나지 않는 데 비해 찾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고사리는 언제 꺾는가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고사리는 한 뿌리에서 여러 가지가 나서 여러 번 꺾을수 있다. 그래서 올고사리와 늦고사리로 불린다. 올고사리는 4월에 처음 꺾는 것을 말하고 늦고사리는 그 이후에 꺾는 것을 말한다.
햇것인 올고사리가 비싼 가격에 팔린다. 처음 나오는 것이 그만큼 귀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산에서 꺾어온 고사리는 생으로 파는지, 말려서 파는지로 나뉜다.
꺾어온 고사리를 그 채로 팔기도 한다. 상북면 소호 사람들은 생고사리를 언양 시장에 내다판다. 생고사리를 내다파는 이유는 건조하기 번거롭고 빨리 팔아서 돈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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