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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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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부산의 역사와 음식

부산의 음식을 꼽으라면 부산 사람이든 아니든 이젠 주저하지 않고 ‘활어회’라고 말한다. 그만큼 부산이 바다의 이미지와 겹쳐 있기 때문일 것이고, 무수히 많은 횟집 들만 봐도 그리 틀린 답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엔 약간의 오해가 숨어 있다.

이 답이 현재의 부산에 대한 것으론 옳을지 몰라도 30년 혹은 40년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부산의 대표 음식이 활어회라고 답하기엔 무척 주저하게 된다.

그때는 아마 ‘재첩국’이나 ‘동래파전’이라 해야 옳지 않았을까. 하지만 낙동강 하구댐 건설 이후 부산의 재첩은 아예 채취가 불가능해졌고, 동래파전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해 전통이란 이름으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뿐이다.

세월 따라 사람들의 입맛도 변하고, 재료도 바뀌기 마련이니, 인생살이에 굴곡이 있듯,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도 바뀌는 건 당연지사. 그럼에도 부산은 그 부침의 정도가 여느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으니, 그건 부산이라는 이 지역의 인구 변동이 근대 이후 100여 년 동안 유래 없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만해도 부산은 지금과는 그 형태가 완전히 다른, 동래부에 속한 작은 농어촌에 불과했다. 현재 부산의 신도심이라 할 만한 해운대 지구는 수영(水營)이 있던 군사지역이었거나 작은 어촌이었고, 구도심이었던 중구지역은 왜관이 설치되어 있는 민간인 접근 불가 지역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겨우 지금의 동래 지역에 국한될 뿐 아니라 이조차 지금처럼 독립된 도시라기보다 양산과 언양 등과의 수평적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부산을 보면서 이 부산이 예전에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하는 건 엄청난 오산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부산은 장마 끝에 강 가운데 섬이 하나 생기듯, 한국 근대사의 격동 속에서 매우 우발적으로 그리고 매우 짧은 시간 속에서 탄생된 도시이다. 그러니까 이 얕은 역사와 다종다양한 속성이 혼재된 부산에서 전통을 운운하는 게 지혜로운 처사일 리 없다.

전통이란 잡다한 형상 속에서 그 뿌리를 찾아내 이들의 형태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니, 자칫 잘못 찾아낸 뿌리는 지금까지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왜곡되게 호도할 뿐이다. 지금의 부산을 만든 사람들은 부산이라는 땅과 오랫동안 교감하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아니다.

강제 개항(1876)이 있고 난 후 일본과의 상거래를 위해 몰려든 뜨내기 상인들이거나, 일제 강점(1910) 후 일본 내지와의 교통로로서 발전한 계획도시에 흡수된 이주민들이거나, 혹은 해방(1945) 후 국내로의 귀환 도중 잠시 머문 사람들이거나 한국 전쟁(1950) 후 피란민이었고, 거기에다 무엇 보다 과거 군사정권의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몰려든 이주 노동자들이 지금의 부산을 만들어 낸 주역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부산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입맛까지 포기했던 건 아니다. 제각각 자신들의 고향에서 가져온 맛으로 그들의 일상은 유지되었고, 또 이토록 다양한 입맛이 어우러져 빚어낸 것이 바로 부산의 음식들이다.

그러므로 부산의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이 부산의 음식이다’는 식의 정체성 논의는 불필요하거나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부산의 음식이 얼마나 다양하며 부산이 이 다양성 속에서 지금과 같은 역동성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한결 생산적이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를 보며 그 나무의 생을 헤아리듯, 부산의 음식은 하나하나를 헤아려 이 땅의 역사적 주름들을 음미할 때만 그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부산 음식의 뿌리를 이 땅의 지리적 조건과 기후 등과 같은 기원에서만 찾으려는 생각은 더러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활어회’가 바다에 둘러싸인 부산의 고유 음식이라고들 믿고 있지만 여기엔 진실과 오해가 있다. 한국인이 회를 먹었다는 기록이야 옛 문헌에도 없지 않으니 이 믿음이 거짓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그 회가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회의 유일한 뿌리라고는 할 수 없다.

특정 음식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유통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수요자의 취향이라면, 부산의 회를 지금과 같은 형식과 맛으로 결정한 건, 7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관광객들의 입맛이었다.

지금이야 사정은 완전히 역전되어 한국인이 주 소비자이고 회 맛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의해 결정되고 있지만,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인, 특히 부산 지역 주민의 회 소비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은 회라는 음식이 지리적 기원뿐만 아니라 문화적 충돌이라는 인자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점을 다시 환기시킨다.

또 하나의 예를 더 들자면, 지금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할 만한 ‘돼지국밥’의 경우, 그 근원에는 장터 국밥이었던 ‘소고기국밥’이나 ‘설렁탕’까지 소급되어야 옳겠지만, 이런 근원 탐색이 ‘돼지국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이것이 전쟁 통에 불거져 나온 일종의 돌연변이이고, 이토록 자율적이고 자기완결적인 형태를 띰으로써 ‘돼지국밥’은 그 나름의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말이 ‘돼지국밥’이지 그 형태는 너무 다양해 대구식이나 밀양식, 혹은 이 모두를 합하거나 무관한 새로운 유형으로 그 스펙트럼 또한 매우 다양하게 펼쳐져 하나로 수렴하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의 입맛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의 반영이고, 그런 의미에서 하나로 수렴하기 보다는 병렬함으로써 부산의 역동성이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추동되고 있는지 그 궤적을 찾아가는 것이 부산의 음식을 이해하는 데 더 바람직한 것이다.

부산의 음식이 일종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크게는 두 번, 작게는 네 번 정도에 이른다. 두 번이라는 것은 일본이건 한국의 타 지역이건 외래 식문화와 만나 그 다양성을 최대한 수용한 시기가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부산의 인구 이동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동시에 탈근대를 표방하면서 음식문화가 재편된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외래 식문화와 만난 시기를 다시 셋으로, 즉 일본 식문화와의 만남, 전쟁과 피란민과의 만남, 그리고 산업화와 그 이주민과의 만남 등으로 세분하면 모두 네 번의 충격이 현재의 부산 음식을 형성한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계기들은 부산의 음식에 분명한 단층선을 그리고 있다.

지금에 와선 ‘재첩국’이 부산의 음식이라고 말하긴 매우 어렵겠지만 그 수요는 매우 광범위해 부산이 바다의 도시라기보다는 강의 도시였다는 흔적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고 ‘부대찌개’가 더 이상 부산의 음식이라는 데 동의하긴 어렵겠지만 전쟁 후 미군 주둔지로서의 부산의 역사를 아프게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이 음식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음식들을 부산의 음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뿐만 아니라 ‘동래파전’을 일러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라고 추켜세우는 건 지금의 부산을 일구어 낸 다양한 이주민들의 삶을 도외시하는 오류를 빚어낼 수도 있다.

부산의 음식문화는 이제 막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그 종류와 맛이 어떻게 하나로 표상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 과정은 오래 지속될 수도 있고, 혹은 또 다른 지각변동을 맞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해 갈 수도 있다.

마치 요즘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음식들, 예컨대 ‘돼지껍데기’ 같은 ‘향수음식’이라든지 ‘매운 떡볶이’나 ‘땡초 김밥’ 같은 ‘탈근대적인 음식’들, 그리고 ‘흑염소 불고기’ 같은 보양식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음식들이며, 그만큼 지금 우리 시대의 물질적 조건과 그 사회적 관계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들이다.

지금 우리는 음식을 하나의 상품으로 표상화하여 지역의 경제 논리 속에서 이해하려는 강한 충동에 휩싸여 살고 있다. 마치 이탈리아의 피자나 미국식 햄버거, 혹은 전주의 비빔밥이나 영덕의 대게 요리처럼 이름만 듣고도 그 지역을 떠올리곤 부산을 찾고 싶게 만드는 음식을 개발하고 싶은 조급증을 갖는다.

이러한 심사를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 추세를 그대로 따르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음식은 그 땅에서 산 대중들이 일군 최고의 아름다운 창작품이고, 우리는 이 창작품을 향유함으로써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 자신의 것임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부산의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음식이 간직하고 있는 이 땅의 사회적 관계들과 그 역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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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부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우리음식연구회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조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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