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시대에는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 하여 속절(俗節)로 삼았을 만큼 중요한 명절로 맛깔스런 음식도 풍성
○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정월은 농사를 시작하는 달로서, 정월 보름은 밤에 뜨는 만월처럼 수확의 풍요를 상징
- 농사의 시작인 대보름에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는 것은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음.
* 작년에 수확한 음식을 소비하는 일은 바로 소멸과 통하고 소멸은 곧 새로운 생장을 의미한다는 세시풍속 속에 담긴 조상들의 순환론이 담긴 문화
- 정월에 준비하는 나물들은 상원채라 하여 지난해에 말려서 묵혀둔 아홉 가지 나물을 삶아 만드는 것이 특징
* 호박오가리, 가지고지, 시래기, 묵나물, 취나물, 박나물, 표고 등이 있으며 ‘동국세시기’에서는 이를 ‘진채(陣菜)’라 함
○ 대보름의 절식 중 복(福)쌈은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춧잎 등에 싸서 먹는 풍속으로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음
○ 약밥은 중국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중국인들이 이를 ‘고려반(高麗飯)’이라고 하였음
* 약밥은 꿀을 넣었다고 하여 꿀밥, 밀반(蜜飯), 밀이(蜜餌), 종밀(粽蜜)이라는 별칭도 있음
약식의 유래
▷ 신라 소지왕이 까마귀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게 되어 은혜에 보답하고자 정월 보름 찹쌀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 유래(삼국유사)
- ‘동국세시기’에서 약밥의 대추 밤, 잣 등은 서민에게는 비싼 재료로 약밥을 해 먹기가 어려워 대신 오곡밥을 먹는 풍습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기록
○ 보름에 즐기던 음료로는 ‘원소병’이 있으며, 떡을 경단 모양으로 빚어 삶아 오미자 국물이나 꿀물에 띄워 차게 먹는 음료
- 중국에서 비롯된 음식이지만 떡 속의 소를 변형하거나 만두 모양으로 빚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의 특색으로 잘 녹여낸 절식
* 원소병은 ‘북경의 원소(元宵)가 정월 보름에 해먹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짐
- 오늘날 흔히 먹지는 않지만 떡으로 둥글게 보름달을 빚어 꿀물에 띄워 마심으로써 한 해의 풍요와 복을 기원하는 음료
○ 한 해의 무병을 기원하며 이른 새벽, 식구들이 나이만큼 부럼을 깨는 부럼깨기는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풍속
- 부럼은 약밥에 들어가는 밤, 잣 등 껍질이 단단한 과실로 부럼깨기는 나이 수대로 깨물고 한 번에 깨물어져야 좋다고 전해짐
- 부럼깨기와 같은 풍속은 필수 지방산 결핍으로 일어나는 버짐, 습진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행위라는 해석도 있음
○ 귀밝이술은 보통 아침 식사 전에 마시는데 명이주(明耳酒), 이명주(耳明酒), 총이주(聰耳酒), 치롱주(治聾酒), 청이주(聽耳酒)이라고도 함
- 귀가 밝아지는 것은 물론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하였으며 맑은 술일수록 귀가 더 밝아진다고 함
* 어른 말씀을 잘 들으라는 뜻에서 아이들에게 먼저 마시게 하는 풍습도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