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 17일
•대표음식 : 삼계탕, 육개장, 콩국수 등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 가장 무더울 때에는 10일 간격으로 삼복인 초복, 중복, 말복이 있습니다. 삼복에 대한 기록으로는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相識,1945)에서 ‘서기제복’이라 하여 “복(伏)은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를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1614)에서는 “복은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복날은 그 해의 더위가 가장 심한 때로 예부터 복날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그늘진 곳을 찾아 하루를 즐겼는데 이를 복달음 또는 복다림, 복놀이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음력 6월 중순은 24절기 중 열두 번째 절기인 대서(大暑)라 하였으며 더위가 강렬한 만큼 참외, 수박 등의 여름과일이 맛이 좋고 풍성합니다.
또한 감자, 옥수수 등도 이 무렵에 수확하며, 밀과 보리 등도 추수가 끝난 시기로 먹을 것이 풍요로운 절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벼농사는 한창인 때로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이 많아 이른 새벽과 땅거미가 지는 무렵에야 비로소 농사일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혹여 욕심을 부려 한 낮에 농사일을 한다고 나섰다가는 일사병으로 쓰러지거나 심한 탈수 현상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므로, 옛 선조들은 한 낮 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냇가를 찾아 지친 몸을 달래고, 재충전을 하는 지혜를 발휘하였습니다. 삼복에 먹는 대표적인 보양음식으로는 서민들은 주로 개를 삶아 파와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개장국을 즐겨 먹었습니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이유는 음양오행설에 개고기는 화(火)에 해당하고 복(伏)은 금(金)에 해당하여 복의 금기를 화기로 억누름으로써 더위를 이겨내고, 또 더운 성질의 개고기를 먹음으로써 이열치열로 더위에 지쳐 허약해진 몸을 회복시켜 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보신탕을 영양탕이라고도 하는데 술갱, 구갱, 구학, 개장, 구장 등 이름이 다양합니다. 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거나 체면을 중시 여기는 양반들은 쇠고기의 살코기를 삶아 개장국과 유사하게 끓인 육개장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경우 소가 농사를 책임지는 유일한 농기구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아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생계수단이었으며, 몇 십 년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로 그렇게 귀한 소를 잡아 음식으로 먹는 것은 특별한 경사가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었습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개를 이용하여 탕을 끓여 먹었는데, 보신탕마저도 먹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은 ‘복죽’이라고 하여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 먹는 것으로 삼복더위를 넘겼습니다.
특히 궁중에서는 ‘반빙’(頒氷)이라 하여 벼슬아치들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빙표를 주어 궁중의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가게 하였는데 이는 제사를 중시한 조선시대에 제사음식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밖에 일 년 내내 쉬는 날이 별로 없는 상인들도 이날만큼은 가게 문을 닫고 복날을 즐겼다고 합니다.
오늘날 삼복의 대표음식으로는 영계의 뱃속에 대추와 마늘 밤, 인삼 등을 넣고 푹끓인 삼계탕과 닭육수에 깨를 넣고 갈아서 차게 즐기는 임자수탕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닭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양하는 성질이 있어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닭고기에는 독이 약간 있으나 허약한 몸을 보호하는데 좋기 때문에 식사요법에 많이 쓰고, 간의 양기를 도움으로써 체내에 부족한 양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예로부터 보양식의 재료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은 동의보감에 “오장의 기가 부족한 것을 보한다. 또한 기운이 약한 것, 기력이 아주 미약한 것, 기가 허한 것들을 치료한다. 달이거나 가루를 내거나 고약처럼 만들어 많이 먹으면 좋다.”고 하였습니다. 즉 인삼은 원기를 크게 보양하고 진액을 생겨나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양질의 고단백 식품인 닭고기에 예부터 만병통치의 명약으로 이용되어 온 인삼과 마늘, 대추를 함께 넣고 푹 고아 만든 삼계탕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여름철 부족한 양기를 보충할수 있는 훌륭한 보양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