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밀과 평창
‘메밀은 성질이 평하고 냉하며, 맛은 달고 독성이 없어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메밀의 주요성분 중 루틴은 혈관벽을 튼튼하게 해 출혈성 질환을 방지하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혈관건강을 좋게 한다.
체질적으로 열과 땀이 많은 사람에게 주효하다. 주로 가루를 내어 전이나 국수 등으로 섭취하며,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효능을 가진 메밀이지만, 약으로 생각하고 먹는 것보다는 그 고유의 맛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새콤달콤한 육수에 푹 담가먹는 메밀국수, 아삭한 메밀 싹을 함께 버무리는 새싹비빔밥, 한 입 크기로 잘라서 먹는 메밀전병 등은 소화가 잘 되어, 아무리 먹어도 무리가 없다.
♣ 언제나 설경, 평창 travel story of Pyeongchang
강원도는 언제나 설경 속에 있을 것만 같다. 그런 막연한 기대를 품고 평창으로 떠난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 버스는 작은 터미널에 도착한다. 색 바랜 플라스틱 의자가 놓인 대합실. 딱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에는 키가 높은 건물들이 없다. 대신 설산이 보이고, 채 녹지 않은 지난밤의 폭설이 거리 곳곳에 쌓여있다. 쉽게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택시를 잡아탄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장돌뱅이의 마을 봉평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 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은 개울이 흐르고, 물레방아가 있으며, 때가 되면 장이 서고,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마을이었다.
그때만큼 활기찬 모습은 아닐 테지만 이곳을 걷다 보니 하나 둘 상상 속 풍경이 눈앞에 들어오는 것만 같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메밀꽃이 피는 시기는 9월 초순쯤이라고 한다. 그 즈음이면 이효석문화제가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대관령으로 향하는 길에는 버스를 이용한다. 터미널에서 대관령까지는 30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관령 역시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조금 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느낌이다.
길가에는 명태를 건조하는 덕장들이 늘어서 겨울의 마지막을 이겨내고 있다. 그곳에서 겨울바람을 맞은 명태는 점점 빛이 누래지고 살이 연하게 변하며 제 몸에서 비린내를 없앨 것이다. 그리고 부드럽고 쫄깃한 황태국을 우려내는 데 쓰이겠지.
마침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외지인들이 식당으로 들어간다. 저절로 침이 삼켜진다. 목장에 들르기 위해 다시 택시를 이용한다. 대관령 시내에서 삼양목장까지 택시비는 일괄적인 금액으로 책정되어 운행한다.
대관령까지는 굽이굽이 흙 길이 펼쳐져 있어 차도 사람도 함께 흔들린다. 하지만 곧 눈앞에 펼쳐질 초원을 상상하자, 그런 과정들이 달게만 느껴진다. 마침내 목장에 도착했을 때 끝없이 쌓인 눈을 본다. 하얀 설경에 곧 눈이 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