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함께
메밀꽃 미소
이해인
♣ 소설과 함께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1907-1942)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무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작품의 후반부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 소설 속 문장 중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문장 중 하나이다. 이효석의 단편소설로 1936년 10월 잡지《조광(朝光)》(조선일보사 발행)에 “모밀꽃 필 무렵” 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작품이며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이 조성되어 있어 이곳에 가면 소설 속 정취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