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술의 특징
우리나라의 전통술은 막걸리, 약주, 소주로 대표된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제조방법으로 볼 때 막걸리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있다. 오늘날에도 널리 음용되고 있는 막걸리(탁주)는 약주와 함께 농민과 도시의 서민층에 널리 기호층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토속주이다.
약주는 곡물로 만든 발효주에 있어서 숙성이 거의 끝날 무렵, 술독 위에 맑게 뜨는 발효액 속에 싸리나 대오리로 둥글고 깊게 통같이 만든 ‘용수’를 박아 맑은 액체만 떠낸 것이다. 약주의 원료로서 다양한 곡류를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료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맛의 약주가 빚어진다.
소주(燒酎)는 막걸리나 약주를 증류해서 내리는 것으로 고려시대 이후 그 제조방법이 전래되어 우리 땅에서 발전된 민족 고유의 술이다. 오늘날 에는 고리를 이용한 단식 증류방법인 옛날 방식과는 달리 연속식 증류기로 증류한 다음 희석하여 만든 희석식 소주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술문화
우리나라의 경우 마한시대부터 한 해의 풍성한 수확과 복을 기원하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께 먼저 바치고 춤과 노래와 술 마시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농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술을 빚어 마셨고 모든 행사에는 술이 애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술은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고 유지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적 매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공식적인 자리, 축하, 연회, 의례, 제사 등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상 속에 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으로서 예로부터 예(禮)를 중요시 해왔다. 관혼상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즉,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술이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술은 우리의 전통문화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서로 간의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통혼례식 때 합환주는 신랑과 신부가 술을 나누어 마심으로써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 됨을 나타내는 것으로 백년가약을 맺어 한 평생을 동고동락하라는 중요한 의식으로 전해지고 있다.
♣ 우리나라의 음주예절
우리 조상의 음주 예절은 대개 2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향음주례’로 어른을 공경하고 음식의 예의와 절차를 밟아 마시는 음주 문화며, 다른 하나는 여럿이 어울려 마시는 “군음문화”이다.
향음주례에서는 겸양과 미덕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예절이 중요한 자리이며, 반면에 군음은 형식과 절차 없이 거리낌 없이 즐기는 자유롭고 호탕한 자리였다. 전통주도의 요체는 정성을 다하여 예의를 갖추어 마시는 것이며 반드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관계를 중시하여 적대적이 아니라 화목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지금도 그러한 전통이 우리의 음주문화 속에 면면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술이라는 것이 꼭 좋은 문화를 낳은 것만은 아니다. 술을 많이 마셔 몸을 상하고 술을 이용하여 자기 이득을 취하는 도구로도 사용함으로써 공공의 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술을 잘 다스려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으로 성숙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술문화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예절을 보면 우리 선조들은 술을 마심에 있어 상하의 위계질서를 엄격하게 적용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어른과 술을 마실 때에는 제자리에서 앉은 채로 술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어른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절을 하고 술을 받으며,
둘째, 어른이 술잔을 들어 마시지 않으면 젊은이는 먼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어른이 마시고 난 후에 마시는 것이 예(禮)이다.
셋째, 어른에게 술잔을 올리고 어른이 술잔을 주시면 반드시 두 손으로 받고,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실 때에는 돌아앉거나 상체를 뒤로 돌려 마시며,
넷째, 여러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실 때는 가장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윗사람부터 순서대로 따르도록 한다.
다섯째, 친구나 동료 또는 아랫사람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에게는 두 손으로 따르는 것이 주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두 손으로 술을 따를 때는 오른손으로 따르되 왼손의 위치는 옷차림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예절은 어느 다른 나라보다 까다롭다. 술자리에서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 너무 강조된다면 즐거운 대화가 오가야할 술자리가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에도 일상적으로 위에서 열거 되어 있는 음주예절을 지키는 것이 통상적이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음주 예절이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경, 신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공경하며, 동료 간에 신의로서 대한다면 그보다 좋은 술자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