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에는 뛰어난 영양 성분이 있다.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 동맥경화와 심장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특히 청어에 많은 메티오닌은 간 해독제로 이용된다고 한다. 비타민B1, B2도 많은 편이다.
자손을 번창시키고 선비들을 살찌우는 물고기 ‘청어’ 어식백세(魚食百歲)
청어는 최근 우리 연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어종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팔도 연안 어디에서나 청어가 어획됐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실려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먹었던 수산자원이다.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잘 알려져 있듯이 청어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때문에 명물기략(名物紀略)이란 고서(古書)에는 ‘청어가 값싸고 맛있어 서울의 가난한 선비들이 즐겨 먹으므로 선비(유생)들을 살찌게 하는 물고기란 뜻에서 비유어(肥儒魚)라 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조상들은 비유어를 ‘비웃’으로도 불렀고 여기서 ‘비웃 두름 엮듯 한다’는 속담도 나오게 됐다. ‘두름’은 조기나 비웃 등의 생선을 10마리씩 두 줄로 묶은 20마리를 이르거나 파래, 고사리 따위의 나물을 10모숨(가늘고 긴 물건이 한 줌 안에 들 만한 분량) 정도로 엮은 것을 말한다.
그래서 죄인들이 오랏줄에 묶여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 나갈 때 ‘비웃 두름 엮듯 한다’는 말을 썼다. ‘청어 굽는데 된장 칠하듯 한다’는 말은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청어는 된장을 칠해 구워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하는데 다만 칠한 된장이 어떤 데는 붙어 있고 어떤 데는 떨어지게 마련이어서 아무래도 볼품이 없다.
화장에 서투르거나 연지나 분을 너무 많이 발라 애써 치장한 얼굴이 엉망이 된 처녀들의 얼굴이 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속담을 들기도 한다. 또 자산어보에는 ‘청어는 정월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해안을 따라 떼를 지어 회유해 오는데 이때 청어의 무리는 수 억 마리가 넘어 바다를 덮을 지경이다’고 묘사하고 있다.
청어는 이처럼 엄청난 생식 능력을 자랑하는데 겨울철 산란기가 되면 연안만으로 몰려와 해조류와 모래밭 등에 약 8만개의 알을 낳는다. 이런 연유로 일본과 영남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정초에 많은 자손을 얻겠다는 의미에서 청어 알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
또 동짓날에 궁중(宮中)과 사대부(士大夫) 집안에서는 청어(靑魚)를 사당(祠堂)에 올리는 ‘청어천신(靑魚薦新)’이란 풍속을 지키기도 한다. 푸른빛을 내는 청어처럼 하늘과 같이 푸른 마음으로 한 해를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조상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