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는 다른 조개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다. 유황 아미노산인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켜 고지혈증에 효과가 있다. 특히 가리비의 아연함량은 달걀의 2배나 되는 양이 들어 있다.
비너스가 질투한 미의 조개 ‘가리비’ 어식백세(魚食百歲)
유럽에선 가리비가 풍요와 미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도 가리비가 등장한다.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자기보다 더 예쁜 가리비의 자태에 질투심을 느껴 가리비 위에 홀로 올라 탄생했다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 스텔라’로 떠나는 성지 순례자들은 순례의 징표로 가리비를 허리춤에 착용하며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은 가리비를 ‘양귀비의 혀’에 비유한다. 아름답고 맛이 기막히다는 뜻이다.
가리비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동해안에 사는 참가리비다. 원형에 가까운 부채 모양인 참가리비는 껍데기의 길이가 20cm에 달하는 대형 조개다. 서해안엔 한국 고유종인 비단가리비가 살고 있다. 껍데기 안까지 분홍빛과 갈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이 마치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해 비단가리비다.
비단가리비는 과거엔 흔한 조개였으나 요즘은 깊고 깨끗한 바다가 아니면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해졌다. 평생 태어난 곳 주변에 머물러 살며 18~20도 전후에서 잘 자라는 온대성 조개로 산란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이다.
비단가리비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므로 양식을 해도 사룟값이 전혀 들지 않는다. 2년 6개월가량 되면 상품으로 출하 가능한 크기로 성장한다. 가리비는 껍데기를 강하게 닫을 때 분출되는 힘으로 점프를 한다. 한 번의 점프로 이동하는 거리가 1~2m에 달한다.
옛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가리비를 정력 증강에도 유익할 것으로 생각했다. 가리비는 껍데기를 여닫는 부위인 관자가 유난히 크다. 관자는 가리비에서 맛이 가장 좋은 부위로 쫄깃쫄깃한 식감 덕분에 미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단 가리비 살 옆에 있는 녹색 부위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패독과 중금속이 집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가리비의 아연은 남성 정자의 주요 성분이며, 성기능 향상효과가 있는 성분이다.
또한 글리코겐, 글리신 및 호박산이라고 하는 맛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맛과 더불어 감칠맛을 지니고 있고 시원한 국물요리 뿐만 아니라 구이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