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은 인의 함량이 많아 섭취했을 때 뼈와 치아조직의 구성성분이 되며, 물질대사를 왕성히 하여 체내 외 산과 알칼리의 평형을 유지한다. 또한 라이신과 트레오닌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곡류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식탁에서 이들 아미노산을보충해 줄 수 있다.
도루묵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가 많이 포함돼 있어 성인병 예방과 성장기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칼슘도 풍부하다
식감 좋고 영양 풍부한 겨울 별미, ‘도루묵’ 어식백세(魚食百歲)
도루묵은 한때 동해안 지역에서는 ‘개도 물고 다닐 만큼 흔한’ 생선이었다. 흔하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맛과 영양 등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연·근해 어자원이 하루가 다르게 고갈돼 가면서 도루묵은 진가를 발휘했다.
도루묵은 생김새는 볼품이 없지만 미각은 한껏 돋운다. 이제 동해안 영북 지역의 겨울 별미로 대접받는다. 조선 정조 때 문신 이의봉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과 조재삼이 지은 ‘송남잡식’(松南雜識)에 도루묵의 우여곡절 사연이 기록돼 있다.
조선의 14대 임금 선조는 피란길에 수라상에 오른 ‘묵어’라는 생선을 맛보고 감탄해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함부로 잡지 못하도록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선조가 다시 은어를 먹어보고는 당시 먹던 그 맛이 나오지 않자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됐다고 한다.
겨울철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도루묵은 수심 200~400m의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11~12월이 제철이다. 도루묵은 등쪽은 황갈색을 띠고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이다. 도루묵 맛을 제대로 즐기는 요리법은 찌개와 구이, 조림 등 다양하다.
냄비에 무를 깔고 도루묵을 얹은 다음, 파·마늘 등 갖은 양념에 굵은 소금으로 맛을 낸 도루묵 찌개는 비린내가 거의 없는데다 국물 맛이 담백하다. 알 밴 도루묵 구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숯불이나 연탄불 위 석쇠에 올려놓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운 다음, ‘톡톡’ 알 터지는 소리를 곁들여 먹는 구이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도루묵은 조림이나 식혜로도 만들어 먹는다.